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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택시기사 권태경의 세상 엿보기 - 술때문에& 초보일꾼과 만주 할매
이 름 hahoemask
등록일 07-05-04 22:15 조회수 1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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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번째 이야기> -술 때문에1- 내 신발 어쨌어! 어는 주말 저녁이었다. 모두가 내일의 휴식을 위안으로 여유 있는 밤을 보내고 주당들은 ‘부어라’ ‘마셔라’ 더욱 술에 취하는 주말저녁. 태화동 골목 입구에서 얼큰히 취한 한 사나이가 손을 든다. 차에 타설랑은 다짜고짜 반말이다. “어, 택시. 나 집에 태워다줘.” “예. 손님. 집이 어디세요?” “어. 우리 집? 학가산 아래 어느 동넷따!” 그러더니 “어이, 기사양반 우리 집에 가서 술 한 잔 하자구, 알았지?” 한다. “저는 술 못합니다. 손님.” “뭐? 이런~. 아니 남자가 술도 못해? 술 잘하게 생겼구만. 한 인물 하는데 뭘.” 취중망언. 안하무인. 차내 흡연. 참 골고루 여러 가지 다하는 ‘님’자도 붙이고 싶지 않은 손님. 각고의 인내 끝에 집에 도착했다. “기사, 여 얼마로?” “만이천구백원입니다.” 만삼천원을 받고 잔돈 백원을 거슬러주니 호기롭게 말한다. “어? 이거 팁이야, 팁!” 계산을 끝내고 나가려는 손님이 뭔가를 한참 찾더니 외친다. “어? 기사. 빨리 내놔!” “계산 끝났는데요 손님?” “어? 자꾸 장난 칠거야?” “장난이라뇨?” 알고 보니 자기 신발이 없어진 거다. “손님, 차 안에는 신발이 없는데요.” 하니 “씰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부인이 대문을 열더니 “왜 그러세요?”하며 묻는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부인이 죄송하다며 사과한다. 부인 편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가면서도 연신 “이 차 넘버 적어 고발할거야!” 고래고래 소리 치는 손님. 보다 못한 나는 명함에 넘버를 적어서 부인께 드렸다. 시내로 나오면서 뭔가 짚이는 데가 있어 그 손님을 태웠던 자리로 가보니 인당수에 빠진 청이 기다리는 마냥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님의 신발. 다음날 부인께서 전화를 했다.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 양반이 평소에는 호인인데 술만 먹으면 그래요. 기사님이 이해해주세요.” 신발 사정을 얘기하고 다음 장날에 만나 신발을 전해드렸더니 고맙다면서 만원짜리 한 장을 차안에 던지고 사라진 부인. 그러고 보면 주당과 평생 살아가는 부인에 비하면 내 고생은 고생도 아닌게다. -술때문에2- 술이 웬수다! 나의 하루는 12시 자정에 끝난다. 집으로 오면서 신호대기 중인데 만취한 손님이 무조건 뒷자리에 올랐다. “00갑시다.” 기분은 안 좋았지만 5만원 정도 나오는 장거리였다. 마치는 시간엔 절대 손님을 안태운다는 평소 지론을 무시하고 출발을 했다. 손님은 기분이 좋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고속도로에 들어서도 계속 흥얼거리더니 어느덧 잠이 들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손님을 깨웠다. 실내등을 켜고 보니 언제 양말, 바지를 벗어서 뒷좌석 위에 올려놓았고 완전히 곯아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깨워 봐도 소용이 없었다. 손님 소지품에 손대면 금물이다. 하는 수 없이 파출소에 가서 경찰의 도움을 구했다. 경찰이 소지품을 조사해서 집에 전화를 해 순찰차를 앞세워 집으로 갔다. 경찰 입회 하에 손님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요금은 미터기대로 모두 받을 수 있었다. 법대로 하니 손해 볼일은 없었으나 술이 웬수다. 이렇게 모두 생고생을 하니, 원. <열여섯번째 이야기> 초보 일꾼과 만주 할매 가장 설레는 계절로 다가오는 봄. 계절의 시작이요 삼라만상 생명이 움트는 시기다. 그러기에 봄은 희망으로 시작된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어야 세상을 알고 아침샤워를 해야 손님께 자신감이 생긴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으며 희망의 핸들을 잡는다. 출근, 등교시간이 지나면 한산해지는 도시의 거리. 이럴 땐 모닝커피로 여유를 찾고 하루를 시작해본다. 때마침 신시장에서 시골 할머니를 모셨다. 아침 첫차로 오셔서 장보기 하시고 밭에 일꾼들 점심 때문에 마음이 급하시다. 차문도 덜 닫으고는 “얼러 가시더” 한다. 나도 급하게 외친다. “예.. 할매요. 단디 잡으소.” 할머니를 집에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 저만치 밭뚝에서 택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차를 세운 아저씨가 “뭐 좀 물어보시더.” 한다. 의성까지 요금이 얼마쯤 하냐며 “아침 6시에 의성 가서 작업하고 저녁 6시에 이 동네로 다시 델따주고 싸게 해서 7만원 됐니껴!” 하신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일찍 하루를 마감하고 이튿날 새벽 약속한 장소에 10분 먼저 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저씨 차에 5명, 택시에 4명이 탔다. 이렇게 우리 일행은 며칠동안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3일째 되는 날, 이런저런 차내의 대화 중에 남자 일꾼이 필요하다며 나더러 사람 좀 구해달라는 아저씨. 그래서 내가 냉큼 물었다. “아저씨. 제가 하면 안될까요?” "택시는 우짜고?” “일당으로 대신하죠 뭐.” “그라면 그라소.” “보통 남자일당은 5만원인데 저는 초보니까 4만원만 주시면 돼요.” 하니 아저씨가 쾌히 승낙하신다. 다음날 나는 작업복에 운동화를 신고 초보일꾼이 되었다. 주어진 임무는 밭에 캐논 도라지를 수레에 싣고 도로에다 부리는 것인데, 바퀴가 하나 달린 수레라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뒤뚱뒤뚱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지기를 몇 번하고 나니 요령이 생겨 재미도 있었다. 식사 때가 되면 아저씨는 반찬, 씻은 쌀. 물 준비. 쉰아홉의 새댁(촌에서 쉽아홉이면 새댁이지!)은 취사담당. 제일 젊은 나는 설거지와 새참시간마다 커피 서비스 담당. 요즘은 논뚝마다 전봇대가 있어서 전기 콘센트가 있다. 전기밥솥, 전기 후라이팬이 있고 금방 캐온 도라지를 고추장에 찍어 따뜻한 이밥과 함께 먹으니 최고의 만찬이 따로 없다. 아저씨의 일꾼관리는 철저해서 그날그날의 일당은 바로 지불하고 경우도 밝아 모든 일꾼이 3~5년은 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초보일꾼인 나는 할머니들의 성원에 5만원 짜리 진짜배기 일꾼이 되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할머니들과의 정은 쌓여 가는데, 그중 만주 할매의 인기가 최고였다. 만주에서 시집와서 붙여진 호칭인데 늘 웃는 얼굴에 흥이 많고 노래도 잘하신다. 민요, 장타령을 구성지게 잘도 넘기는데 흥이라면 또 뒤지지 않는 내가 또 옆에서 세숫대야, 고무대야를 엎어놓고 장단을 맞추니 더욱더 신나하시는 할매. 만주 할매는 열아홉에 할아버지를 만나 첫눈에 반해 인물만 보고 결혼을 했다. 결혼생활 2년 무렵 여자를 데려와서 인사를 시키는데 바로 첫째부인이었다고 한다. 자식이 없어 만주할머니를 만났는데 할머니도 5년을 살아도 자식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셋째부인이 들어와 아들 둘을 연년생으로 두었으니 할아버지는 원을 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첫째부인은 첫째라는 입지가 있고 셋째부인은 아들 둘을 낳아 대를 이었으니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는데 사랑만 믿고 결혼한 만주 할머니의 신세가 참 딱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첫째와 셋째부인이 재산은 다 가져가고 만주 할매 혼자 고독한 삶을 지금까지 영위하시지만 영세민수당과 날품을 팔아 모은 돈을 마을이장에게 맡겨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기꺼이 봉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할매. 오늘처럼 완연한 봄이면 그때 그 어설펐던 초보 일꾼이었던 내 모습과 담장 위에 피어난 순백의 목련처럼 환했던 만주 할매의 미소가 그립다. <안동> 9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현재 경안택시에 근무 중이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보존회 전수조교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3시에 하회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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