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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택시기사 권태경의 세상 엿보기 - 진짜 택시기사 맞니껴? & 함박눈과 동치미
이 름 hahoemask
등록일 06-12-29 12:13 조회수 1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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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택시기사 맞니껴? 우리네 삶은 생활공간 속에서 움직임의 연속이다. 현재를 살아가는데, 계획된 공간으로 이동하려면 교통수단은 필수다. 택시는 쉽게 타고 내리듯 짧은 만남의 연속이다. 그래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과의 대화시간은 긴 편이다. 늦가을이 아쉬운 듯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마다 외롭고 수북이 쌓인 낙엽은, 들뜨고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겨울 관광객은 대체로 여유가 있다. 그날 터미널 앞에서 젊은 남녀가 손을 들었다. “어서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아저씨 안동시내 아무데나 가세요.” 서울이 고향이라는 손님들은 이틀 전에 약혼식을 하고 안동을 이틀일정으로 여행 중이라고 했다. 한복 입은 내 차림새를 보며 “기사 아저씨 멋있어요!” 한다. 나도 “그렇지요? 그래서 손님도 멋있는 분만 태웁니다.?하고 넉살을 떨었다. 같이 크게 웃고 안동댐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먼저 임청각에 들러 99칸의 웅장함과 역사, 한 칸이라 함은 기둥과 기둥사이를 의미하는 것임을 설명도 해주었다. 댐 조각공원에서 예비부부가 야외 조각품을 감상하는 동안 열심히 카메라맨이 되어주고, 선착장에서는 드라마세트장인 해상촬영장을 돌아보고 유람선을 타는 등 일정을 함께하며 시내 숙소까지 모시기로 약속을 했다. 젊은 연인이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먼저 주차장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 얼마 떨어진 승용차에서 음식과 돗자리를 내리고 있는데 임시넘버로 보아하니 차 고사를 지내려고 온 것 같아서 가까이 가서 아버님 연배로 보이는 어른께 여쭤보았다. “새 차 구입하셨어요?” “예” “기분 좋으시죠?” “좋기는요, 저 눔이 육남매 중 막내 머스만데 툭하면 저지랠시더. 성질머리도 급하고 운전도 잘할지 걱정이 한정 없니더.” 하신다. 직장구한지 서너 달쯤 되는데 직장에서 차 없는 사람이 저 혼자라고 생난리를 쳐서 선금은 아버지가, 할부금은 즈그 형들이 떠맡아 뽑은 차란다. ‘지 형들도 새끼 키우느라 바쁜데 동생 때문에 큰 일 했다’며 어른의 얼굴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기사양반 고사 지내 봤니껴?” “예, 많이 해봤지요.” “낸들 고사를 아나. 지눔들도 처음이고, 그마 기사양반한테 좀 부탁하시더. 야들아 너그는 가만 있그라. 여 기사양반이 전문가란다.” 결혼식 사회 스물아홉 번, 초상집 시도접수 스물두 번, 고사는 스물세 번. 이 모두가 내 경력이라면 경력이니 어른말씀처럼 전문가라 해도 될 것이었다. 서둘러 의관을 갖추었다. 옷이야 늘 입는 한복이고, 차 트렁크에 공연가방을 항상 넣고 다녀서 유건도 꺼내 쓰고 고사상을 진설(陳設) 하는데 분위기가 나름 숙연해졌다. 고사음식은 집으로 가면 안 되고, 정성을 다하여 절을 하고 제주(祭主)는 신발을 벗고 옷차림을 바르게 하라 일렀다. “그럼 지금부터 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절을 두 번 하시오. 잔을 두 손으로 받으시오. 술잔을 상위에 올리시오. 모두 엎드리시오. 제가 축(祝)을 하겠습니다. 유세차(維歲次) 해동조선국 경상북도 안동시 옥동 계해생 아무개가 병술년 시월 스무날 승용차를 장만하여 천지신명께 고 하나이다. 앉아 천리, 서서 만리를 다 보시는 천지신명께서 뭐를 모르실리껴. 여기 정성껏 마련한 주과포혜(酒果脯醯)를 올리니 흠향(歆饗)하시어 양보운전, 안전운전 도와주시고, 할부금은 내가 벌어서 갚아주고 형제 간에 우애 있고 친구 간에 우정 있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부부간에 믿음 있게 살펴주시고 불법주차, 노상시비, 과속운전, 난폭운전, 음주운전 없는 나라 우리나라 되게 굽어 살피소서. 상향(尙饗). 다음은 가족의 안녕과 안전운행을 비는 잔을 올리겠습니다. 희망하시는 분은 앞으로 나오셔서 잔을 올리시오.?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재잘거리는 학생들은 신기한 듯 카메라폰으로 찍기 바쁘다. “이것으로 고사를 마치겠습니다. 여기오신 모든 분께 음복(飮福)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음식은 모두 비워지고 돼지머리와 지폐만 있는데 나들이 오신 할머니께서 동네 노인정에 술안주로 달래서 싸드리고지폐는 어른께 드렸다. 그러자 어른이 “기사양반 고사지내는 학교 나왔니껴! 우째 축문이 술술 나오고 유건도 쓰고 세상에나.....내가 할말을 다해줘서 속이 시원하이더. 진짜 택시기사 맞니껴?” 하신다. 고사 때문에 장사도 못하고 고맙다며 상위에 올라온 지폐 모두를 봉투에 넣어 택시운전석에 놓아두었으니 그리 아시라고 말하며 가족모두가 고맙다고 한마디 하니 나 또한 몸둘바를 몰라 고맙다고 인사했다. 택시에 오니 서울손님께서 “아저씨 오늘 고사지내는 것 처음 보았는데, 다음에 우리도 차 사면 안동에 와서 고사지낼까요?” 하신다. 내가 껄껄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하자 기분이 좋아진 신부는 내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바로 입력한다. 시내로 돌아오는 중에 내게 한마디 하길 “안동사람은 여유가 있어 보여요. 사람냄새가 너무 나서 좋네요.” 한다. 어느덧 숙소에 도착하여 다음에 다시 안동에 오면 만날 것을 약속하고 인사를 나눴다. 내 작은 관심이 남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은 날 더욱 드는 생각 하나. 언제나 나는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남고 싶다. 함박눈과 동치미 친구는 일생에서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말도 있듯이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기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게는 특별한 친구가 있다. 손님으로 탄 그 친구의 시골집까지 가면서 수화로 대화를 하다가 동갑내기라는 끈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안동댐 상류 쪽에서 얼마 안 되는 밭농사에 막노동도 하고 여름철에는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농아친구이다. 이 친구의 고집은 별나다. 택시비는 꼭 미터기대로, 집에 도착하면 같이 식사하기, 가끔은 장날 팔다 남은 물고기 팔기, 많이 잡히는 날은 거저 주는 게 더 많고 식사하러 가면 제일 비싼 메뉴를 시킨다. 비싼 음식을 먹어야 힘이 나고, 힘이 있어야 일도 많이 하고, 잘 먹는 것이 건강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나이다. 한번은 시내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라는 것이다. 추수도 끝나고 한가로운 초겨울 밤이었다. 친구는 반가움에 많은 주량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덩실덩실 춤도 추면서 일행들에게는 나를 소개시켜주기도 하며 흥에 겨워했다. 나는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며 자리를 지키다 친구를 태우고 밤 11시에 기분 좋은 출발로 안막재를 넘었다. 그때 갑자기 눈이 내리더니 와룡을 지날 쯤엔 함박눈으로 바뀌어 평소 40분이면 될 거리를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새벽시간에 가족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어머니께서는 수고했다며 손수 만드신 칼국수에 조밥을 차려 대접하셨다. 친구와 함께 맛 나는 새벽 참을 먹고 돌아 나오는데 가족모두가 자고 내일가라며 한마디씩 하는데 때마침 눈이 멈췄다. 정중히 사양하고 출발하는데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보자기에 싼 항아리를 차에 넣어주시고 손을 흔들며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조심운전으로 와룡쯤 왔을 때 들어오는 택시가 보이는데, 회사 동료기사여서 반가운 마음에 오르막을 오르다말고 차를 세워두고 한참 인사를 나누었다. 내리막으로 내려간 동료기사는 가고 없는데 나는 오르막에서 출발이 안 되어 마을에 들어가 삽을 빌려 모래를 뿌리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30분 만에 출발을 했다. 이럴 땐 인사도 자리 봐가며 해야지, 혼자 자책을 하며 시내에 도착하니 먼동이 터온다. 집에 돌아와 정성스레 싼 보자기를 풀어 항아리를 열어보니 동치미가 가득하다. 선물로 받은 동치미보다 더 잘 익은 정성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도 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농아친구네 가족이 보고 싶고 그 집 동치미가 그립다. <안동> 권태경씨는 9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현재 경안택시에 근무 중이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보존회 전수조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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